순천 연향동 상인, “모니터 사겠다. 대신 전투식량·방탄복 대리 구매 요구”…고도로 정교해진 신종 수법, 상인 노린다
[순천/시사호남] 전남 순천시에서 공공기관을 사칭한 신종 전화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컴퓨터, 모니터 등 고가 전자제품을 주문하는 척하며 접근한 뒤, “기존 거래처 가격이 올라 대신 구매해 달라”는 수상한 요구를 덧붙이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미 수도권에서 유행하던 이 사기 방식이 지역 상권까지 확산되며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현실이다.
◆ “군부대입니다”…직인 찍힌 공문으로 신뢰 쌓은 뒤 ‘대신 구매’ 유도
순천시 연향동에서 컴퓨터 판매점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는 "지난 4월, ‘31사단 3대대 소속 중위’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에게서 전화를 받았다"며 "이 사기범은 컴퓨터 5대의 견적을 요청했고, 곧 카드 결제를 진행하겠다며 군부대 직인이 찍힌 공문까지 전송했다"고 말하면서 "정말 겉보기엔 명백한 군부대 발주처럼 보였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어진 통화에서 사기범은 “전투식량을 납품받는 기존 거래처의 가격이 올랐다”며, 제3의 업체 전화번호를 보내고 해당 품목을 대신 구매해 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했다.
수상함을 감지한 A씨는 직접 확인에 나섰고, 결국 거래를 중단해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 이번엔 교도소…모니터 주문 후 ‘방탄복 구매’까지 유도
A씨는 며칠 후, 또 다른 사기범에게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는 ‘순천교도소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이 모니터 3대를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직인이 찍힌 가짜 공문과 결제 문자를 함께 보냈다.
하지만 곧이어 “기존 거래처의 방탄복 가격이 올라 대신 구입해 달라”며, 또다시 특정 업체 연락처를 전달하는 수법이 반복됐다.
이에 A씨는 “최근 겪은 사기와 유사해 바로 중단했다”며, “모니터라도 먼저 사뒀다면 수백만 원 손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실제처럼 보이는 공문·명함…휴대폰 번호만 사용하는 수상한 거래
이 사기범들은 실제 관공서 공문 양식, 명함 이미지, 직인 등 정교하게 위조된 자료를 문자로 전송해 철저히 신뢰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밝힌 수법의 특징은 ▲모두 휴대폰 번호만 사용, ▲공식 대표번호 아닌 직인·공문·명함 이미지 첨부로 신뢰 유도 ▲결제 문자 후 제3업체 통해 ‘대신 구매’ 요청 등이다.
◆사기범과 해당 업체 간 공모 정황 뚜렷
특히 이들은 “지인 업체에 물건 대신 사달라”는 식으로 요청하고, 피해자가 구매만 하면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해당 수법은 과거 수도권 일대에서 100인분 식사 주문 후 사라지는 식당 대상 사기, 방역물품 대량 발주 후 미결제 잠적 등의 사례와 동일한 패턴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조직적으로 설계된 고도화된 사기”로 분석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이 같은 사건이 단순한 일회성 사기가 아닌,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조직형 범죄라고 경고하면서 한번더 의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순천경찰서와 전남도청에서 관련 경고 문자 발송, 사칭 사기 예방 캠페인, 지자체 차원의 공론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