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벚꽃길 훼손하고도 “설계대로 시공 중?”…전남도‧감리단‧시공사 ‘공범인가 방관자인가’
- 도 감사‧사법당국 즉각 수사 착수해야…전남도 도로과의 직무유기 의혹도 커져

[시사호남/탐사보도] 전남 강진의 명소 ‘금곡사 19km 벚꽃길’이 터널 공사의 장애물이란 등의 이유로 아무런 설계(실정보고 없음) 변경 없이 벚나무를 벌목됐음에도, 전남도와 감리단, 시공사는 이를 ‘정당한 절차’라며 오히려 합법인 양 주장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설계변경도 없이 강진 까치터널 공사의 편의성을 강조하면서 벌목을 하기위해 표시한 벚나무. [사진=제보자]
설계변경도 없이 강진 까치터널 공사의 편의성을 강조하면서 벌목을 하기위해 표시한 벚나무. [사진=제보자]

이 과정에서 전남도 도로과는 위법행위를 인지하고도 행정처분이나 형사고발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확인됐다.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는 “이 사건은 명백한 공무원의 직무유기이며, 사법당국이 수사에 나서야 할 사안”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문제의 현장은 강진군 군동면 까치재 인근. 이곳은 금곡사 19km 왕벚꽃길의 일부로, 1994년 강진군 공무원들이 휴일 반납까지 해가며 직접 조성한 전남의 대표 왕벚꽃길이다. 

그러나 전남도가 추진 중인 ‘까치내재 터널 개설공사’ 현장에서 지난해 6월경 왕벚나무 약 30그루가 설계변경 절차 없이 기습적으로 벌목됐다.

벚나무가 사라진 곳에서 작업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제보자]
벚나무가 사라진 곳에서 작업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제보자]

설계에는 벚나무 이식과 복원이 명시돼 있음에도, 감리단과 시공사(대보건설 외1개사)는 이를 무시한 채 공사 편의성을 이유로 나무를 베어냈다. 심지어 주민설명회까지 열어 벌목 정당화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을 감리 중인 동아기술공사 외 2개사는 해당 위법을 명백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전남도 도로과는 “설계대로 시공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위법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담당자가 바뀌어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설계변경도 없이 지난해 6월, 공사현장 인근에서 벌목한 벚나무를 처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보자]
설계변경도 없이 지난해 6월, 공사현장 인근에서 벌목한 벚나무를 처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보자]

하지만 이는 책임회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강하다. 공사 진행 중 설계와 다른 시공이 이뤄진 것은 명백한 공사 관리 위반이며, 감리단 또한 이를 보고하지 않거나 묵인했다면 공범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감리단과 전남도는 벚나무 벌목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며 “주민설명회를 거쳐 주민 동의를 얻었다”고 항변하고 있으나, 주민은 법적으로 설계변경을 승인할 권한이 없다. 설계변경 없는 벌목은 명백한 위법행위로 보아야 된다.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문제를 제기한 제보자 A씨는 “감리단과 시공사 등이 수령이 20년 이상 된 왕벚나무의 ‘고사 위험’과 ‘경제성’을 이유로 벌목을 강행한 뒤, 벌목 후 식재로 설계를 바꾸려는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해당 벚나무들은 고령화 상태가 아니라 매년 ‘벚꽃 축제’가 진행되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위법한 벌목이 벌어진 이후에도 전남도 도로과가 이를 시정하거나 고발하기는커녕, 오히려 설명회를 통해 벌목을 합리화하려 했다는 점이다. 

해당 설명회는 주민 설득이 아닌 위법행위에 면죄부를 씌우기 위한 '합법 코스프레'였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벚꽃축제를 알리는 현수막. [사진=제보자]
벚꽃축제를 알리는 현수막. [사진=제보자]

또 A씨는 “전남도는 감독기관으로서 역할을 망각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시공사와 감리단의 입장만 대변하는 대행인 수준”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사건은 ▲설계 미이행 ▲감리단 묵인 ▲감독기관 직무유기 ▲설명회로 면피 시도 ▲공사 편의주의에 따른 문화경관 훼손 등의 중대한 의혹이 얽혀 있는 중대 사안이다. 

더불어 해당 벚꽃길은 강진군이 수십 년간 관광자원으로 육성해온 핵심 지역이라는 점에서 지역 경제‧문화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시민단체와 도의원들이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를 비롯해, 국토교통부와 사법부의 철저한 수사와 행정적 책임 추궁을 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벚나무가 사라진 모습. [사진=제보자]
벚나무가 사라진 모습. [사진=제보자]

강진 벚꽃길 벌목 사건은 단순한 나무 훼손이 아니다. 이는 공공 발주사업에서 설계를 무시하고 위법을 눈감아준, 부실행정과 유착의 복합체로 단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보자 A씨는 “이건 단순한 나무 몇 그루 베어낸 사건이 아니다. 수십 년간 강진군민들이 가꿔온 지역의 자산을, 전남도와 감리단, 시공사가 행정편의주의로 무참히 짓밟은 것이다. 설계도 무시하고, 벌목 사실을 숨기려 설명회로 포장한 행위는 너무나 뻔뻔하다”고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특히 A씨는 “공무원의 책임 회피를 강하게 비판하며, 사법적 책임과 감사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번 사태는 공무원의 무책임이 공공의 자산을 어떻게 파괴하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 비난했다.

한편 ‘까치내재 터널 개설공사는 총 사업비 722억을 투입해 지난 2020년 10월에 착공해 오는 2026년 7월 준공 목표로 공사 중이며, 발주처는 전남도, 시공사는 대보건설(주)와 세종건설산업(주), 감리단은 ㈜동아기술공사 외 2개사다.

설계변경 없이 강진 까치재터널 공사에 장애물이라는 이유로 벌목을 하기위해 표시한 벚나무. [사진=제보자]
설계변경 없이 강진 까치재터널 공사에 장애물이라는 이유로 벌목을 하기위해 표시한 벚나무. [사진=제보자]
금곡사 벚꽃길 축제 행사장 일부 전경 [사진=제보자]
금곡사 벚꽃길 축제 행사장 일부 전경 [사진=제보자]
금곡사 벚꽃길 안내 표지판. [사진=제보자]
금곡사 벚꽃길 안내 표지판. [사진=제보자]
본지 탐사보도국은 까치재터널 공사 현장을 직접 방문해, 대보건설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에게 벚나무 무단 벌목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조용호 기자]
본지 탐사보도국은 까치재터널 공사 현장을 직접 방문해, 대보건설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에게 벚나무 무단 벌목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조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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