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경찰서, 승진 대가 금품수수…경찰 내 잇따른 비위에 국민 신뢰 ‘흔들’
[여수/시사호남] 경찰 조직의 청렴성과 신뢰도가 다시 한 번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전남경찰청 소속 간부들의 승진 인사 비위 의혹에 이어, 서울과 경기권 현직 경찰관까지 얽힌 뇌물수수와 사건 무마 혐의가 연이어 드러나면서, 경찰 전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지고 있다.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대는 최근 여수경찰서 소속 A 경위와 B 경감을 대상으로 승진 인사청탁과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최근 이들의 휴대전화와 계좌, 차량 블랙박스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사실 규명에 나선 상태다.
수사의 단초가 된 것은 A 경위가 직장협의회장과 나눈 대화 속 육성 녹취파일이었다. 해당 녹취에는 A 경위가 B 경감에게 ‘근무평정 최고점수를 받기 위해 금품을 건넸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기대했던 평정점수를 받지 못하자 불만을 표출하는 목소리도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내사 중이던 사안이 정식 수사로 전환됐고,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며 “자료 분석 후 뇌물수수와 공여죄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순천경찰서에 위치한 반부패 2대 아닌 본청의 반부패 1대에서 수사를 진행 중인 이유에 대해 “수사 공정성을 위해 여수경찰서와의 유대관계를 차단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또 수사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일선 경찰관조차 “지금까지 쌓아온 국민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며 “정확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만이 유일한 회복 방법”이라고 말했다.
여수시민 C씨(여, 48)는 “경찰은 사회 정의의 마지막 보루이며, 그 청렴성은 법집행의 정당성을 담보해야 한다”며 “전남경찰의 반복되는 승진 매관매직과 사건 무마 비위는 단순한 ‘일탈’이 아닌, 구조적인 병폐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어 C씨는 “국민이 경찰을 믿지 못하는 사회는 법치의 기반 자체가 흔들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제는 면피용 윤리선언이 아니라, 경찰 조직 전체의 전면적인 쇄신이라”고 조언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일선 간부 간의 금전거래에 그치지 않는다.
이에 앞서 불과 1년여 전, 전남경찰청 소속 직원 일부들이 '무궁화 매관매직' 사건으로 다수의 전현직 경찰이 승진 청탁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고, 전 전남경찰청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충격적인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이때 당시 경위 승진에 1,000만원에서 2,000만 원, 경정 승진에 2,000만원에서 3,000만 원이 오간 것으로 당시 수사에서 드러났으며, 총 13명의 경찰관이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되었다.
이러한 사건 이후 또 다시 전남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이 승진 관련 금전 거래가 여전히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정황은, 경찰의 청렴도 개선 노력이 보여주기식이었음을 방증한다.
한편 수도권에서도 경찰 비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8일, 의정부경찰서 소속 정 모 경위를 공무상 비밀 누설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정 경위는 2020년 특정 사건을 무마하는 대가로 수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검찰은 이 금품이 윗선에 전달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비위가 밝혀질 때마다 경찰 수뇌부는 재발 방지와 윤리강령 강화를 외치지만, 실질적 체질 개선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