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사호남] 순천은 오래전부터 ‘교육의 도시’, 그리고 ‘미(美)의 도시’로 불려왔다. “순천에서 얼굴 자랑하지 말라”는 속담처럼, 이곳은 미와 뷰티에 대한 자부심이 깊이 뿌리내린 지역이다.
오늘날 그 전통은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바로 K-뷰티를 통해 순천을 글로벌 교육과 산업의 중심으로 도약시키는 것이다.
무엇보다 순천은 탄탄한 인적 기반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순천대학교, 청암대학교, 제일대학교 등 관내 3개 대학 모두가 뷰티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순천이 유일하다. 한 도시에 있는 모든 대학이 뷰티학과를 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순천이 교육과 연구, 현장을 연결하는 구조적 강점을 보여준다. K-뷰티가 세계적으로 성공한 이유도 단순히 제품만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학문과 산업의 체계적 연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순천은 바로 그 조건을 갖춘 도시다.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필자가 2023년 대표 발의해 제정한 「전라남도 화장품산업 육성 조례」는 창업 지원, 기술 개발, 브랜딩, 인력양성, 특화단지 조성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지원 체계를 담고 있다. 이는 화장품 산업이 전남 지역경제의 신성장 동력이자 청년 일자리의 중요한 기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실질적 제도다.
현실적으로 전남의 화장품 기업 수나 수출 규모는 수도권에 비해 부족하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은 분명하다. 2023년 전남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85.9% 증가한 826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41.3%), 러시아(16.6%), 중국(12.3%) 등 주요 시장에서 괄목할 성과를 내며 이제 세계 무대에서 전남의 이름을 찾는 것이 낯설지 않다.
순천시는 현장에서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표적인 것이 2015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K-뷰티 페스타’다. 뷰티경연대회, 산업전, 일자리 박람회, 시민체험행사 등을 통해 학생과 전문가, 지역 기업과 시민이 함께 어우러지며 뷰티 산업의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는 자리로 자리매김했다.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산업과 교육, 일자리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순천이 나아가야 할 길은 더욱 분명히다.
첫째,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단기 연수가 아닌 2년에서 10년에 이르는 장기 유학 모델을 마련해, 지역 정착과 인구 유입 효과를 동시에 꾀해야 한다. 순천에서 교육받은 유학생은 단순히 개인의 성취를 넘어, K-뷰티 기술과 문화를 세계로 전파하는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둘째, 청년들의 글로벌 취업 기회 확대가 필요하다. 해외 서비스업과 크루즈 산업 등은 이미 K-뷰티 기술과 어학 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순천에서 배우고 익힌 청년들이 세계 무대에서 더 높은 임금을 받고 활약한다면, 개인의 삶은 물론 지역 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이 불어넣어질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진출은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와 창업과 교육, 컨설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기반이 된다.
셋째, 문화와 관광을 연계한 K-뷰티 클러스터 조성이다. 화장품과 뷰티 산업은 단순한 제조업을 넘어 문화 산업이자 관광 자원으로 확장될 수 있다. K-팝, K-드라마와 함께 세계인이 찾는 K-뷰티 체험 코스를 순천에서 만들 수 있다면, 순천은 교육·산업·관광이 융합된 세계적인 뷰티 도시로 도약할 것이다.
한국은 젓가락 문화에서 비롯된 섬세한 손기술과 미적 감각을 자랑하는 나라다. 이러한 문화적 DNA를 계승해 순천이 K-뷰티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다면, 전라남도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순천은 지역 대학, 기업, 연구소, 시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교육·산업·문화의 융합 무대로 발전할 것이다.
순천이 교육과 산업, 문화와 관광이 조화를 이루는 K-뷰티 글로벌 허브로 성장하여, 세계 청년들이 이곳에서 배우고 세계 무대에서 활약한 뒤 다시 돌아와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선순환의 미래가 현실이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