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짜리 음식점 벽을 갤러리로 바꾼 예술 실험…‘예술은 꾸짖음이 아니라 인간 회복의 기도’
[장흥/시사호남] 조용호 기자 =전남 장흥 출신의 예술가 위종만 작가가 제4회 개인전 「나무라야 한다. 인간은 인간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10월 23일부터 11월 12일까지 장흥읍 ‘백년의봄 갤러리’에서 진행되며, 탁본과 드로잉을 통해 인간의 상처와 기억, 그리고 생명의 회복을 주제로 한 신작들이 선보이고 있다.
위종만 작가는 “나무는 말이 없지만 바람이 불면 천년의 이야기를 속삭인다”는 문장을 인용하며, “나무는 인간의 양심과 생명의 근원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일어나라’와 ‘바람이 분다’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장 ‘일어나라’에서는 역사적 아픔과 민주주의의 호흡을, 두 번째 장 ‘바람이 분다’에서는 신앙적 성찰과 생명의 회복을 담았다.
특히 한지 위에 탁본과 타이포그래피 드로잉을 결합한 독특한 기법은 인간 존재의 흔적과 시대의 상처를 상징적으로 드러내 관람객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화제는 ‘공간’이다. 위 작가는 장흥읍 음식점 ‘동명카츠’의 한평 남짓한 벽면을 직접 페인트칠하고 조명과 작품 레일, 간판을 설치해 작가 주도형 소형 갤러리를 만들어냈다.
그는 “꼭 잘 꾸며진 화이트 큐브 전시 공간일 필요는 없다. 음식을 드시거나 주문하러 오신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장흥에 시각예술인들을 위한 전시공간이 부족한 현실에서 이번 전시를 계기로 작가들이 스스로 전시장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 작가는 이어 “작품을 걸어보니 좋은 점이 많다. 이곳 장흥에 이런 한평갤러리가 50개 이상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 이러한 시도는 ‘누구나 예술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지역 예술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 제목인 「나무라야 한다. 인간은 인간을」은 단순한 문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위 작가는 “예술이 사람을 꾸짖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다시 인간다워지길 바라는 간절한 기도”라며 작품의 본질적 의미를 전했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시각 예술을 넘어, 시대의 윤리와 인간의 회복을 향한 예술적 경고이자 위로의 언어로 읽힌다.
이번 전시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전라남도, 전라남도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예술활동준비금 지원을 받아 기획됐다.
지역 예술가가 직접 만든 공간에서 이뤄진 이번 전시는, 장흥 예술의 자생력과 공동체적 예술 정신을 함께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자리로 평가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