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의대·KTX 요금·특화도시…선언은 요란, 실행은 빈약
- 특별자치도 유보·특화법 전환 선언 ‘의대·KTX 요금’ 핵심 과제, 실행 타임라인과 책임 주체 불명확
[팩트체크/시사호남]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지난 19일 도청 기자실 간담회에서 내놓은 정책 구상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무분별한 선거운동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김 지사는 ▲특별자치도 추진 유보와 ‘에너지·해양 특화도시 특별법’ 전환 ▲국립의대 설립 추진 ▲호남선·전라선 요금 개선 ▲무안국제공항 사고 대응 등을 언급했지만, 핵심 과제의 실행 가능성과 제도적 담보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간담회 핵심은 “당장 풀어야 할 두 가지” 국립의대 설치와 KTX 요금 문제였다. 문제는 정치적 선언에 비해 실행 로드맵과 법·재정 담보가 빈약하다는 점이다.
김 지사는 “국립의대 설립이 국정과제로 명시됐다”며 “지역의사제 도입과 연동해 2027학년도부터 전남 국립의대가 문을 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최근 보건복지부가 ‘2028학년도부터 지역의사 전형 도입’과 ‘국립중앙의료원 부설 공공의료사관학교 신설’ 계획을 국회에 보고한 것이 공식 정보의 전부다.
이는 ‘지역의사제’의 제도화(법·령 정비, 재원, 선발비율)와 의료계 협의, 교육·수련 인프라 확충 등 절차가 아직 진행형임을 뜻한다.
또한 정부 방침은 공공의료사관학교(국립중앙의료원 부설)와 지역의사제라는 ‘큰 틀’을 제시한 수준이다.
어느 지역에 얼마의 정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전남에 국립의대 설치를 확정할 주체와 기준은 의료인력 수급 추계위원회 등 후속 단계로 넘어가 있다. 의료계의 법·제도적 쟁점 제기도 예고돼 있다.
또한 정치적 명분(국정과제 채택)과 행정·입법 현실(정원·예산·시설·전임교원·부속병원 체제)은 다른 문제다.
전남도가 지금 즉시 내놓아야 할 건 연도별 로드맵으로는 2025년도에는 대상지 선정·부속병원 모델 확정하고 2026년은 정원·예산 반영·인허가, 2027년, 교원 채용·학생모집 공고(또는 예과 운영) 등이다.
하지만 김 지사는 의료계 협의·법령 개정 실패 시 대안 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김 지사는 오송 분기 탓에 19km 우회하면서도 정부가 약속한 요금 감면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5년 국회에서 ‘오송 우회 추가부담 없도록 하겠다’는 정부 약속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감면은 정착되지 않았고, 이 문제는 수차례 공론화됐다.
다만 김 지사가 제시한 추가요금(편도 3,100원·왕복 6,200원), 누적 추가부담(약 7,700억 원) 등 구체 합산치는 도가 산출한 값이다.
코레일·국토부 자료와의 교차 검증(구간별 운임체계·할인정책·승객수 통계)이 따라야 정책 요구의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여론이다.
김 지사가 제안한 ‘천안–세종–공주’ 신설 노선은 장기 해법이 될 수 있으나, 비용·수요·환경영향 등 타당성 검증과 국가철도망 반영 여부가 선결조건이다. 정치적 메시지보다 객관식 수치와 공식 절차 제시가 먼저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오송 우회 감면 약속’의 공식 이행 여부를 국토부·코레일에 자료로 재확인하고, 미이행이면 소급·부분환급 또는 구간가중치 조정 같은 현실적 보완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신설 노선은 국가계획 편입이 관건이다. 전남도는 호남권 광역단체·국회와 공동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또 김 지사는 재생에너지 허가권을 도지사에게 이양하는 내용을 축으로 ‘특화도시 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풍력사업 허가·지구지정에 관한 자치조례로 도 차원의 인허가 체계를 운용하고 있어, 김 지사의 문제의식(현행 중앙집권적 허가 구조의 한계)은 타당하다.
그러나 허가권 이양만으로는 송전망·계통포화·출력제어 같은 전력계통 병목을 해소할 수 없다.
실제로 제주에서도 계통제약을 이유로 신규 허가 논란이 반복됐다. 주민 이익공유 역시 ‘부담은 지역, 이익은 외부’가 되지 않게 수익배분 구조와 공공개발 모델을 제도화해야 한다.
이번 김 지사의 메시지는 방향성(국립의대·요금개편·권한이양)에서는 공감을 얻었다. 그러나 정치적 약속과 행정·재정 집행 사이의 간극을 메울 분기별 로드맵, 법령 개정 목록, 재원 구조, 실패 시 대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면, 호소와 책임 떠넘기기로 비칠 수 있다.
이날 간담회에선 광주·전남 특별자치단체 추진과 AI 데이터센터, 바이오 산업 특화 구상 등 굵직한 사업 청사진도 제시됐다. 그러나 대부분은 예산·법령·인프라 준비가 부족한 상태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대규모 사업을 일괄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은 “3선 출마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의구심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 한 기자는 “선거 몇 달을 앞두고 특별자치단체 추진이 선거용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김 지사는 “우려가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지만 지방시대위원회 권고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의심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