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 한0산기, 3건 수의계약으로 69억 원 독식
- 해0엔지니어링·하0산업 포함 상위 3개 외지업체에만 130억 원 계약
- 지역업체는 단 1곳…계약금액 비중 1.7% 불과
- 타 지자체 대비 지역업체 배제 심각…“공법심의는 특혜용 면허제”
[구례/시사호남] 구례군이 ‘공법심의’라는 절차를 앞세워 수백억 원에 달하는 수의계약을 외지 특정업체에 몰아주고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지역업체는 사실상 배제된 채, 외부 대형업체와의 반복적 계약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어 제도 남용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시사호남이 구례군으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공법심의 선정 계약 현황(2022년~2024년)’ 자료에 따르면, 군은 총 29건, 약 266억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군이 체결한 공법심의 기반 수의계약 29건 중 17건, 약 151억 원이 전남 외 지역업체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관내업체(전남 포함)는 12건에 그쳤으며, 그마저도 일부 업체는 반복적으로 선정돼 실질적인 경쟁은 거의 없었던 셈이다.
공법심의라는 절차가 법적으로는 정당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특정 외지 업체를 반복 지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계약금액 상위 3개 업체를 보면 편중은 더욱 두드러진다. (유) 한0산기(전북 군산)는 총 3건, 69억 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체결하며 단일 업체로는 가장 많은 수혜를 입었다. ‘배수펌프’, ‘수중사류펌프’ 등 특허자재 항목으로 매번 공법심의를 통과해 동일 업체가 반복 선정됐다.
이외에도 하0산업(주)(39억 원), 해0엔지니어링(주) (22억 원) 등도 공법심의를 거쳐 굵직한 사업을 수주했다. 상위 3개 외지 업체에만 돌아간 계약금은 130억 원을 웃돌았다.
이들 계약은 모두 ‘특허자재’를 사유로 수의계약이 이뤄졌으며, 계약방식은 일부 ‘조달의뢰’와 구례군이 직접 계약 방식이었다.
문제는 이처럼 반복적으로 특정 업체가 선정되는 구조 속에서 공법심의 제도가 사실상 형식적 절차에 그치고 있다는 데 있다.
공법심의는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25조에 따라 1억 원 이상의 특정 자재·기술을 사용하는 경우 심의위원회를 통해 ‘기술적 적합성’과 ‘특허 자재의 필요성’을 인정받는 절차다.
그러나 실상은 △기술자료 제출 업체가 소수에 불과하고 △대체 가능성이나 경쟁력 평가가 생략되며 △지역 연계성도 반영되지 않는 등 심의의 실효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사전에 특정 업체가 정해진 듯한 사업이 형식적 심의를 거쳐 수의계약으로 이어지는 전형적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같은 수의계약 편중은 타 지자체와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해남군은 최근 3년간 공법심의 수의계약 중 35%를 지역업체에 배정했으며, 보성군도 41%에 달하는 계약을 지역 기업과 체결했다. ‘특허자재’라도 지역 연계성과 대체성을 고려한 심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반면 구례군은 전체 29건 중 지역(구례)업체 계약이 단 1건뿐이며, 해당 업체조차 소규모 단일 건에 불과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업체 보호라는 정책 목표는 사실상 실종된 셈이다.
계약 전문가는 “공법심의라는 제도가 특정 업체와의 계약을 ‘합법화’해주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며 “특허기술이라도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실질적 경쟁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구례군 관계자는 “관련 법령에 따라 공법심의 절차를 거쳐 특허자재에 해당하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모든 과정은 투명하게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법심의 절차가 반복적으로 외지 특정업체로 귀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감사원 등의 전수 감사와 제도적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시사호남은 향후 구례군 공법심의 위원 구성, 심의 자료 및 회의록 확보를 통해 실질적 경쟁과 대체기술 검토가 이뤄졌는지 추가로 심층 보도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