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도시 여수, 화상전문병원 건립이 시급하다

[기고/시사호남] 최근 전국을 덮친 대형 산불은 많은 이들의 삶의 터전을 앗아가고, 귀중한 생명까지도 빼앗아갔다. 특히 화마 속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려다 희생된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깊은 슬픔을 자아냈다.

민덕희 여수시의원. [사진=여수시의회]
민덕희 여수시의원. [사진=여수시의회]

이러한 재난을 마주할 때마다 여수 시민이자 지역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과거 여수산단에서 반복됐던 폭발·화재 사고가 떠오른다. 위험 앞에 무기력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여수국가산단은 여수 지역경제의 핵심이자, 수많은 시민의 일터다. 그러나 산업단지라는 특성상 화재나 화학물질 폭발 등 중대한 사고의 위험성이 늘 존재한다.

특히 중증화상 사고는 초기 1시간, 이른바 ‘골든타임’ 내 치료 여부가 생명을 좌우한다. 하지만 여수에는 중증화상 전문 치료를 위한 병원이 전무하다. 

사고 직후 치료받지 못하거나, 수 시간 이상을 들여 서울이나 부산의 전문병원으로 이송되다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남권에서만 해마다 250명 이상의 중증화상 환자가 발생한다. 이들 다수가 제때 전문치료를 받지 못하고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현실은 지역 간 의료 형평성 차원을 넘어 생명권의 불평등 문제로 이어진다.

이미 미국, 독일 등 주요 산업국가는 대규모 산업단지 인근에 외상·화상전문병원을 설치해 체계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정유공장이나 중화학단지 인근에 ‘레벨 I 트라우마센터’를, 독일은 산업밀집지역에 ‘BG Klinik’을 운영하며 응급의료체계와 긴밀하게 연계하고 있다.

여수에도 중증화상 전문병원 설립이 시급하다. 전문의와 전담 간호사, 무균치료실, 중환자실까지 갖춘 체계적인 병원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나아가 이는 단순한 재난 대응 인프라 구축을 넘어 여수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관광 인프라를 갖춘 여수에 화상·성형·재활치료를 접목한 의료서비스를 결합하면, 의료관광 산업 육성에도 큰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

이미 2013년 대림산업 폭발사고 이후 전남대 국동캠퍼스를 중심으로 병원 설립이 추진됐으나, 인근 순천의 산재전문병원 존재와 예산 문제로 무산된 바 있다. 1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제자리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이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제34조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그리고 국가는 사회보장 증진의 의무가 있다고 명시한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은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무다. 

이제 여수시와 관계 당국이 나서야 한다. 부지 확보, 예산 마련, 의료기관 유치 등 실질적인 로드맵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여수의 안전은 곧 생명의 문제다.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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